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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20 낡은 컴퓨터를 수리해 주다 by HoSo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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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이 있는 사람들 중에는 가끔 '컴퓨터를 잘 안다'라는 이유만으로 고장난 컴퓨터를 수리점에 보내지 않고 제게 가져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간단한 문제라면 괜찮은데, 열에 아홉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개인적인 시간을 쪼개서 컴퓨터를 수리해줘야 하기 때문에 짜증이 날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그래도 워낙 착한 심성(?)을 지닌지라 애써 뿌리치지 않고 사례비 없이 어떻게든 수리를 해줍니다. 기계적인 고장일때는 부품비(부품비에 살짝 인건비도 포함 ^^)만 받고요. 하지만 얼마전에는 부품비 조차 받지 않고 기쁨 마음으로 컴퓨터 수리를 해 준적이 있습니다.
정유미(가명), 올해 9살이며 초등학교 2학년 여학생입니다.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으며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불구하고 늘 웃음을 잃지 않는 착한 아이입니다. 유미 아버님이 친척분이 주셨다면서 컴퓨터를 집에 가지고 왔는데, 연결하는 법을 몰라 저에게 컴퓨터 설치를 부탁을 하셨습니다. 마침 그 날이 유미집에 인터넷을 개설하는 날이라 서둘러 집에 찾아가 모니터와 본체, 키보드, 마우스, 스피커 등을 연결해 주었습니다. KT 직원이 찾아와 인터넷 회선을 연결하고 인터넷이 잘 되는지 최종 확인하기 위해 컴퓨터를 켰습니다. 컴퓨터께서 연륜이 있으시다 보니 인터넷을 띄우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KT 직원도 조금은 답답했는지 한마디 합니다. "컴퓨터 겁나게 느리네요, ^^;;". 제조년월일을 확인해 보니 2003년 01월 17일 제품이었습니다. 램도 256MB이고 윈도우 XP 세팅도 엉망진창이라 무료 봉사하기로 마음 먹고 유미 컴퓨터를 집으로 가지고 왔습니다. 내부 청소도 하고, 램도 늘리고, 하드웨어 상태도 점검하고, 윈도우 XP도 다시 설치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컴퓨터 만큼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놈도 별로 없을 겁니다. 유미 컴퓨터를 보면 당시 기준으로 봤을 때 사양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CPU는 AMD Athlon XP 2000+, RAM 256MB(위의 표시 내용을 보면 512MB로 되어 있는데, 기본 램에 제가 256MB를 더 추가했습니다), 하드디스크는 40GB였습니다. 전면에 외부 입출력 단자를 살펴보면 당시로서는 구경하기 힘든 광출력 단자가 한 개, USB 2.0포트가 두 개, IEEE 1394포트가 한 개가 배치되어 있으며, 뒤에 백 패널을 보면 USB 2.0포트가 네 개, IEEE 1394포트 한 개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 외에는 보통 컴퓨터와 다를바 없었습니다. 오래된 슬림 컴퓨터들의 공통점 중에 하나가 전면 베젤의 도어가 멀쩡하게 있는 것들이 별로 없는데 유미 컴퓨터 역시 CD-ROM 드라이버 베젤 커버가 가출한 상태였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을 컴퓨터이지만 지금은 '아~ 옛날이여'라는 노래 제목이 절로 떠오를 뿐입니다.
컴퓨터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 안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다행이도 터지거나, 임신한(?) 콘덴서들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래된 컴퓨터들의 메인보드를 살펴보면 심심치 않게 임신한 콘덴서를 볼 수 있습니다. 콘덴서는 전기를 순간적으로 저장하는 부품이며, 종류별로 허용 용량이 있습니다. 과용량의 전압이나 전류가 들어오면 안에 있는 전해액이 팽창하여 부풀어 오르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를두고 콘덴서가 임신했다는 표현을 씁니다. 심할 경우에는 전해액이 밖으로 흘러나와 터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고 컴퓨터나 메인보드를 구입할 때는 콘덴서의 상태를 육안으로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 256MB RAM을 제거하고 같은 규격에 같은 용량, 같은 제조날짜를 가진 하이닉스 256MB 램 두 개를 장착했습니다. 아무래도 요즘 시대에 RAM 용량이 256MB이면 인터넷 항해 조차 힘이 들 겁니다. 위 사진에서 동그라미 부분을 보면 '0403'이라고 적힌 부분이 있습니다. 2004년 3주차에 나온 메모리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램을 중고로 구매하거나 수리를 의뢰할 때 꼭 확인하세요.
집에 응급 컴퓨터가 실려오면 거실에서 작업을 하게 됩니다. 유선으로 인터넷 선을 빼놓지 않아 임시로 무선 인터넷을 연결하여 윈도우 XP에 필요한 최신 프로그램들을 다운로드 해놓은 다음 중요 순서에 따라 설치를 하게 됩니다. 유무선 공유기가 있어 이럴때 매우 유용합니다.
유미 컴퓨터에 윈도우 XP를 새로 깔아야 하는데, CD-ROM 드라이버 문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이럴때는 클립의 한쪽을 반듯하게 펴서 위 사진에 보는 것처럼 아주 조그마한 구멍에 밀어 넣으면 됩니다.
윈도우 XP를 설치하고 나서 최적화 작업을 해준 뒤, 바로 하드디스크 베드 검사를 했습니다. 다행히 베드가 없어 수월하게 다음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메인보드 패치를 시작으로 각 장치의 드라이버를 잡아 주었습니다. 인터넷 연결 후 곧바로 V3 Light를 깔아 바이러스에 대비했고, 필요한 프로그램들을 설치한 뒤 조각모음을 실시 했습니다. 윈도우 XP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파티션을 두 개로 나누었기 때문에 한 쪽 영역은 백업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 날 저녁, 작업을 마친 컴퓨터를 유미 집에 갖다 주었습니다. 어느 누구한테는 낡고 보잘것 없는 컴퓨터이지만 아버지와 단둘이 외롭게 살아가는 유미에게는 더 없이 좋은 친구가 되어 줄겁니다. 환한 미소를 지우며 컴퓨터를 켜자마자 꾸러기 네이버에 접속하는 유미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순간 따듯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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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0 21:52 2009/07/20 21:52
Posted by Ho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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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무량수 2009/07/21 17:04  Modify/Delete  Reply  Address

    ^^ 좋은 일 하셨군요. 왠지 의인의 향기가 ㅋㅋㅋ

    • HoSo 2009/07/21 18:00  Modify/Delete  Address

      무량수님 반갑습니다. 의인이라고 불리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놈입니다. ㅠ_ㅠ)//